올바른 사찰답사를 위하여 <4>
답사공부는 어떻게 할까?
1) 일이관지(一以貫之)를 목표로
하나의 지식이 한 가지에만 적용되면 발전이 없습니다. 하나의 지식이 다른 지식과 관련을 맺고 새로운 지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공부를 하면서 얻었던 지식들이 처음에는 따로따로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다가 어느 순간 그 동안 쌓였던 지식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느껴보면서 의심도 하고 스스로 무릎을 치면서 "이거였어"라며 감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말과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뜻이 서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답사공부의 목표는 이 정도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이관지란 말을 풀어보면 하나(一)로써 그것(之)을 꿰뚫는다(貫)는 것인데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를 답사에 적용해 보면 내가 가진 지식을 답사의 모든 대상에 적용할 때 서로 어긋남이 없이 제대로 이해하는 경지인 것입니다. 이런 경지를 하루아침에 이룬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건방진 태도일겁니다.
다만 이런 경지를 목표로 삼아 공부하고 잊어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인 만큼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자세를 지켜야 하지 않나 싶네요.
2) 외우고 또 외우기
말은 재미있게 공부하자고 해놓고선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경지를 위해 외우고 또 외우자니 너무 재미없이 보일 것입니다. 답사는 공부이고 공부라는 말 속에 외우는 것 즉 암기는 기본으로 들어있습니다. 암기란 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해력은 발전하지만 암기력은 뒤처집니다.
간혹 답사를 하면서 설명을 해주면 "아하"하며 곧바로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5분 뒤에 그 자리에서 "이건 뭐였죠?"라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제대로 답을 못합니다. 바로 이해는 했지만 애써 암기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공부 방식을 보면 암기를 먼저 시켰습니다. 외우고 또 외운 뒤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죠. 외우고 난 뒤라면 의미를 알아가고 이해할수록 훨씬 재미있어 집니다. 그러나 이해를 먼저하고 나면 스스로 이해를 했다는 마음가짐 때문에 암기는 거의 되지 않습니다.
외우고 나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자신을 바라볼 때 짜증나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한 번 외우고 까먹고 두 번 외우고 잊어버리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외우는 것입니다. 또한 당장 외우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나 자료는 언제나 볼 수 있도록 손이 닿는 곳에 두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3) 다양한 의미의 이해
이 말이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옛사람들은 사물과 그 사물의 이름과 의미가 서로 어울리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풀이하고 이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며 또한 사물 하나하나를 따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명한 문화재가 아주 많은 불국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 등이 달려 있는 불국사 전경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 아미타불상과 비로자나불상,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 자하문과 안양문, 섬세하게 쌓은 석축 등 그 안에 있는 사물 하나하나가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런 사물들을 따로 떼어서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훑어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사물들은 그 이상으로 불국사라는 절속에서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이 있습니다.
먼저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함께 불국사를 바라볼까요? 불국(佛國)이란 '부처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 실제 부처는 석가모니뿐이지만 불교에서는 아주 많은 부처가 있다고 합니다. 불국사를 부처의 나라라고 하는 이유는 석가모니불과 함께 아미타불, 비로자나불이라는 부처가 함께 모셔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처가 계신 공간은 회랑이나 담으로 분리되어 각각의 우주이자 나라를 상징하므로 불국이란 이름과 어울립니다.
그리고 각각의 부처가 있는 공간마다 그 부처의 나라를 나타내는 사물이나 이름을 붙여놨습니다. 석가모니불의 나라에는 다보탑을 조성하여 석가모니의 영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석가모니 부처가 <묘법연화경>을 설하자 다보여래가 나타나 이를 증명해주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말입니다.
물론 석가탑이란 석가모니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죠. 안양(安養)이란 아미타불의 나라인 서방 극락정토를 다르게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안양루를 지나면 아미타불이 나온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또한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지권인을 한 비로자나불은 비로전 영역에 모셔져 있구요.
불국사는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나 전설도 많습니다. 영지와 무영탑에 얽힌 이야기, 부처의 몸은 자줏빛을 가진 황금색이라 자하문(紫霞門)이라는 이름, 김대성의 창건 이야기 등 부르는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내용들이 서로 얽히고설킬 때 답사는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4) 많은 대상을 두루 알아야
답사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전공에 따라 하나의 대상을 소재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분이 많습니다. 건물, 탑, 부도, 불상, 불화 등 하나의 주제를 심도 깊게 연구하거나 아니면 고택(古宅), 서원(書院), 폐사지, 궁궐 등을 주제로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공부를 시작함이 당연합니다만 제가 원하는 부분은 그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답사에 관한 일이관지(一以貫之)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국보 제27호 불국사 아미타불 ⓒ 김성후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경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위대한 최고경영자(CEO)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이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의역하면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딱 부러지게 특출한 재주는 없지만 어느 일을 맡겨도 무난하게 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회사는 한 가지 일에 아주 특별한 재주를 가진 스페셜리스트를 좋아하며 팔방미인 같은 제너럴리스트는 쓸모없는 인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다양한 사물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확보하라는 것은 제너럴리스트를 추구하라는 말과 서로 통합니다. 딱히 두드러진 모습이 없는 팔방미인이 답사에서 필요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바로 스페셜리스트를 넘어선 제너럴리스트가 되라는 말입니다. 탑에 관한 전공을 한 사람과 같은 지식을 갖추고, 건물에 관한 전공을 한 사람과 비슷할 정도의 지식도 있고, 서원, 고택, 궁궐 등 한 분야에선 스페셜리스트이지만 이들을 모두 합한 제너럴리스트가 되라는 뜻입니다.
이는 앞에서 지식이란 부분을 말할 때 1차적이고 즉흥적인 느낌과 2차적이고 종합적인 느낌의 구조와 닮았습니다. 두루뭉술하게 팔방미인으로서의 제너럴리스트가 1차적이고 즉흥적인 느낌과 그 뜻이 통한다면 각 부분 부분마다 전공을 한 것과 같은 지식을 가지고 종합적인 완성을 이룬 제너럴리스트는 2차적이고 종합적인 느낌이라는 뜻과 어울릴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물과 주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이 바탕이 될 때 답사가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게 됩니다.
<김성후 기자>